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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스타트업 정신과 비트코인 [한경 코알라]

2022/04/18 조회수 161 추천수 0
백훈종의 알쓸₿잡 <29>
스타트업 정신과 비트코인 [한경 코알라]

 

3월 23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5회, 매일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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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캐나다에서 거래량 1위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쿼드리가CX’ 의 파산과 제라드 코튼 CEO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무도 믿지 마라 - 암호화폐 제왕을 추적하다’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리가 쓰는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등 서비스의 겉모습은 모두 HTML로 얼기설기 만들어놓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 서비스들이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으며 이용되고 있는 이유는 웹 사이트 뒤에 있는 창업자들 때문이다."


창업가의 중요성
사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쿼드리가CX의 제라드 코튼 CEO는 좋은 창업자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던 사람이다. 그는 2017년 비트코인 가격 폭등 때 거래소 거래량이 늘며 큰돈을 벌었으나 이를 거래소 사업을 확장하고 재정비하는 데 쓰기 보다는 개인적인 여가생활을 즐기는 데 사용했다.

그는 뻔질나게 해외여행을 다녔으며 경비행기, 요트, 드론 날리기에까지 취미 영역을 넓혔다. 심지어 안전하게 보관했어야 할 고객 자산을 다른 거래소로 빼돌려 직접 트레이딩을 하다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본 사실도 드러났다. 한때 암호화폐의 제왕, 제2의 마크 저커버그라 불렸던 젊은 창업자의 더러운 민낯이 그가 사망하고 나서야 겨우 드러났다는 사실은 지금까지도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암호화폐에도 좋은 창업가가 필요한 이유
암호화폐 투자자라면 누구든 적어도 1개 이상의 거래소를 주기적으로 사용하며, 최소 1종 이상의 암호화폐에 내 재산을 넣어놓았을 것이다. 정작 사용하는 거래소나 암호화폐를 누가 만들었는지, 믿을만한 사람인지에 대해 면밀한 사전분석을 해보는 사람은 드물다.

혹자는 거래소라면 몰라도 암호화폐, 디파이, NFT 프로젝트,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DAO 등은 탈중앙화되어있는 조직이 만들었고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운영되니 창업가의 능력이나 진정성 같은 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업계에서 4년 넘게 일하며 깨달은 사실 하나는 암호화폐야말로 그 어떤 산업보다 창업가에게 훌륭한 자질과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곳은 전통산업과는 다르다. 벤처 캐피털 같은 전문 투자자의 검증이나 실제 사업모델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있기도 전에 대중을 대상으로 토큰판매부터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미국 SEC의 개리 겐슬러 의장이 “암호화폐 산업은 옛날 서부 시대와 같다"라고 발언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때문에 해킹이나 러그 풀 사태로부터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기 전까지 투자자들 스스로 피해를 최대한 방지하는 방법은 창업자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창업가가 없는 비트코인의 경우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우선 비트코인은 다른 모든 암호화폐와 차별화되는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가 자신이 비트코인의 유일한 노드일 때 채굴한 백만여 개의 비트코인을 놔두고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성경에는 ‘원죄없는 잉태 (Immaculate Conception)’라는 말이 있다. 사토시처럼 한 인간이 권력과 부를 등지고 완전히 떠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호화폐, 디파이, NFT, DAO 프로젝트는 창업자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 놓여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처럼 창업가가 독한 맘 먹고 떠나버려 완전히 탈중앙화된 상태가 아니라면 창업가가 누구인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 얼마나 진심으로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좋은 사업가의 자질
좋은 사업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다.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모든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은 한 사업가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여, 그의 실패와 좌절과 가난함과 무시와 멸시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그 사업이 인정받으면서 꽃피우기 시작한다.

물리학에는 특수상대성 이론이라는 게 있다. 이 세상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이론인데, 이 이론이 뒤집히면 세상에는 인과응보의 법칙이 사라지게 된다. 즉, "내가 총을 쐈다." -> "철수가 총에 맞았다." -> "철수가 죽었다"라는 사건의 순서가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철수가 먼저 죽고 그다음 내가 총을 쐈다”라는 말이 성립하는 세상이 있다면 얼마나 큰 혼란으로 뒤죽박죽되어있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렇듯 원인과 결과는 뒤바뀔 수 없다. 사업도 이와 비슷해서 ‘원인`은 고객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사업모델이고 ‘결과’는 부와 명예이다. 사업을 할 때 결과인 돈과 명예를 좇는 데만 급급한 사업가는 반드시 망하게 되어있다. 반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언뜻 단순하게 들리지만 사실상 어렵고 원대한 임무를 달성하는데 고도로 집중하는 사업가에게는 반드시 부와 명예가 따라온다.

잭 맬러스에게 한 수 배워야
지난 4월 6일~9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2’ 컨퍼런스는 미국 전역에서 모인 훌륭한 창업가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중에서도 비트코인 결제 앱 ‘스트라이크`의 CEO인 잭 맬러스의 무대는 특히나 많은 환호성을 끌어냈다. 그는 작년 같은 무대에서 본인이 직접 만들어낸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을 발표했다. 올해 무대에서는 미국의 상인들(merchants)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는 무려 55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은행과 신용카드 네트워크 기반 구식 결제 시스템을 비트코인을 이용해 완전히 바꾸겠다고 했다. 기존 신용카드나 페이앱을 이용한 결제는 상인 처지에서 수수료도 비쌀뿐더러 결제 후 3일에서 많게는 1주일 뒤에야 대금이 들어오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비트코인과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대금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스트라이크는 쇼피파이 (북미 최대 쇼핑몰 플랫폼), NCR (미국 최대 포스기 제조사), 블랙호크 (미국 선불카드 서비스사)와 협력하기로 했음을 발표했다. 쇼핑몰, 편의점 등 미국 전역의 대부분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는 비트코인이 담긴 지갑 앱만 가지고 있어도 결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점 주인들은 구매자가 전송하는 비트코인을 그대로 받을 수도 있고, 달러로 환전해서 받는 것도 가능하다.

 


잭 맬러스의 사업은 55년 동안 아무도 바꾸려고 하지 않았던 낡은 결제 시스템을 갈아엎는 것이다. 그는 이를 ‘결제의 탈물질화 (De-materalization of payment)’ 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돈이 한 지점에서 다른 한 지점으로 이동하려면 중간에 존재해야만 했던 은행, 신용카드, PG 사, VAN 사, 그리고 이들 사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망들이 모두 사라진다. 비트코인과 라이트닝 네트워크 만으로 모든 결제를 처리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종국에는 달러도 대부분의 거래가 이 위에서 처리된다.

비트코인이 기존의 화폐들을 대체한 이후의 시대를 가리키는 ‘하이퍼비트코이나이제이션 (hyper-bitcoinization)’ 세상이 도래함을 의미한다. 13년 전 나카모토 사토시가 비트코인 백서를 처음 세상에 공개했을 때만 해도 누구도 이 세상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성공한 기술들이 그랬듯 비트코인도 층(Layer)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창업가들이 모여들어 각 층에 자신만의 건물을 짓고 다음 층이 올라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잭 맬러스처럼 비트코인을 이용해 인류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려는 훌륭한 창업가들이 수도없이 포진한 비트코인의 미래는 매우 밝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기사링크: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4145121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