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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부동산은 늦었다, 결국 믿을 건 이것뿐\"…대박 꿈꾸는 2030

2021/08/27 조회수 623 추천수 0

글로벌 자산운용 시대 (4) 해외주식에 꽂힌 밀레니얼

2030 해외주식 거래액 100조 넘었다
'높은 수익률 찾아 삼만리'…해외투자 7개월새 두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뉴욕증시가 26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며 S&P500과 나스닥지수가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한국 젊은이들은 이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국내 20~30대의 올해 해외주식 거래액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자 수익률에 목마른 젊은 층이 미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매한 영향이다.

국내 10개 증권사(대신 미래에셋 삼성 신한 유안타 키움 하나 한국투자 KB NH투자)에 따르면 한국 2030세대의 해외주식 거래액은 이달 초 기준 103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한 해 거래액(58조원)을 7개월여 만에 두 배가량 웃돌았다.

30대가 주도했다. 30대의 올해 해외주식 거래액은 73조원에 달했다.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많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0대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24배, 30대는 18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40대는 9배, 50대는 6배가량 늘었다. 젊은 층의 공격적 해외 투자를 보여주는 수치다. 

 

작년 코로나19발 급등락을 계기로 주식시장에 유입된 2030세대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10%에도 못 미치는 상승률을 보인 데 비해 미국 S&P500지수는 20% 올랐다. 25일(현지시간)에도 올 들어 51번째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신고가 횟수는 1995년과 역대 최다 타이기록이다. 거래일 기준으로 사흘 중 하루 신고점을 찍었다는 의미다.

작년에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했던 ‘젊은 개미’들은 게임스톱, AMC 등 올해 화제가 된 해외 ‘밈(meme)’ 주식도 적극 거래했다. 밈 주식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인기를 끌어 실제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주가가 급등한 종목을 말한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그래픽=허라미 기자

'젊은 개미' 해외주식 거래 103兆…2년 만에 20배 폭증
작년 급등장서 재미 본 국내주식…올 들어 박스권에 갇히자 '답답'

서울 봉천동에 사는 31세 직장인 안모씨는 2년 전부터 ‘내집 마련’을 하고 싶어 매달 잉여자금의 50% 정도를 적금에 넣고, 나머지로 국내외 주식을 사곤 했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100% 미국 주식 매수’로 계획을 바꿨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급등장에선 국내 주식으로 재미를 쏠쏠히 봤지만, 올해는 수익률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주식, 특히 빅테크 종목은 조정이 와도 잠시뿐 결국 어떻게든 오르는 것을 많이 봤다”며 “애플과 구글 주가가 지지부진할 때 조금씩 사놨더니 생각보다 수익률이 높았다”고 변심 이유를 말했다. 안씨는 “한국에서 최고의 재테크 수단은 부동산이라고 생각하지만 자금 여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자산을 빨리 불릴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은 해외 주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밈 주식’ 열풍에도 적극 참여

최근 해외주식 거래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건 주로 20~30대 젊은 층이다. 국내 10개 증권사(대신·미래·삼성·신한·유안타·키움·하나·한국·KB·NH)의 2030세대 해외주식 총거래액은 이달 초 기준 103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한 해 총거래액은 58조원이었다. 2019년과 비교하면 20~30대의 해외주식 거래액은 20배 급증했다.

국내 투자자가 올해 주로 많이 산 해외 주식은 테슬라, 애플,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이다. 대부분 미국 빅테크 종목이다. 2030세대는 중장년층과 달리 ‘밈 주식(meme stock)’도 많이 사들였다. 20대의 매수 리스트에는 모든 연령층 중 유일하게 ‘공매도와의 전쟁’으로 유명한 ‘게임스톱’이 올해 가장 많이 산 주식으로 이름을 올렸다. 20대를 제외하면 나머지 연령층에선 테슬라가 1위였다. 밈 주식은 실제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단순히 입소문에 기대 오르기 때문에 도박에 가까운 특성이 있지만 청년들은 ‘밈 놀이’를 하듯 주식에 접근하는 모습도 보였다. 

 

인기 테마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선다이얼그로워스, 틸레이 등 올해 미국에서 랠리를 보인 대마초 관련주도 20~30대만 많이 매수한 종목 20위권에 포함됐다.

○“결국 꾸준히 오르는 건 미국 주식뿐”

‘젊은 개미’의 해외주식 투자 열풍은 세대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게 목표다. 성장성 수익률 면에서 해외 기업에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했을 때 삼성전자를 대거 사들인 개미 중 올해 테슬라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 갈아탄 경우도 많다. 이례적인 급등장 이후 한국 증시가 다시 박스권에 갇히자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다. 27세 직장인 제은정 씨는 “코스피는 박스피라는 얘기가 많은데 미국 증시는 계속 오르기만 하는 것 같다”며 “각종 대외 여건에 영향을 많이 받아 자주 흔들리는 한국 시장에 지쳐 작년 말부터 해외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좁은 국내 시장과 달리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엔 다양한 테마로 고를 수 있는 기업이 많아 취향과 관심사가 확실한 젊은 층엔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주식에 양도세? 차라리 해외주식”

2023년부터 국내 주식거래에 양도소득세가 도입되는 세제 개편도 젊은 층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은 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엔 국내 주식 양도세가 없는 반면 미국 등 해외 주식은 이익과 손실을 합쳐 연간 250만원 넘게 벌면 22%(주민세 포함)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세금 부담 때문에 국내 주식에만 집중하던 개인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23년부터는 국내 주식도 연간 매매차익이 5000만원을 넘으면 20~25%의 금융투자소득세가 부과된다. 

 

30대 직장인 구모씨는 “아직 1년에 주식으로 버는 수익이 5000만원을 넘진 않지만 주식 투자액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 세금도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양도세가 없다는 장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에도 국내 주식에 집중해왔지만 내년부터는 서서히 미국 시장으로 자산 비중을 높이려 한다”고 했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국내주식 양도세는 뜨거운 이슈다. “5000만원 기본공제 기준액도 결국 조금씩 내려갈 것”이라며 “차라리 해외주식으로 미리 갈아타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설지연/서형교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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