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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딱 보증금 오른 만큼만…전세대출 \'묘수\' 나왔다

2021/10/19 조회수 510 추천수 1
보증금 4억서 5억으로 올랐다면 1억까지만 전세대출

5대 은행 모두 한도제한 추진
주택담보대출 금리 年5% 눈앞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은행 전세대출 한도가 보증금 증액분으로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증액분과 관계없이 전체 전세금의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다. 금융당국이 최근 실수요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전세대출을 총량 규제에서 풀어줬지만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드는 자금을 최대한 막겠다는 정책 기조는 여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지난 14일 금융당국과 만난 자리에서 전세대출 한도를 보증금 증액 범위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확대 도입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말 선제 시행한 이후 하나은행이 15일 뒤를 이었고 농협은행 역시 18일 전세대출 재개와 함께 똑같이 도입한다. 신한·우리은행은 시행 시기와 내용을 조율 중이다.

이렇게 되면 전세 4억원 아파트에 2억원 전세대출을 받아 살고 있던 세입자가 계약 갱신 후 보증금이 5억원으로 오르면 추가 대출은 전세금 상승분인 1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증액 여부와 관계없이 보증금의 80%(4억원)까지 대출해주던 기존 한도(2억원·현 대출금 차감 후)에 비해 1억원 줄어드는 셈이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금리는 빠르게 치솟고 있다.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약 한 달 새 0.5%포인트 올라 연 5%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불과 1년 전까지 흔하던 연 2%대 전세대출은 자취를 감췄다.

딱 보증금 오른 만큼만…전세대출 '묘수' 나왔다

 

보증금의 80% 빌릴 수 있었는데…전셋값 상승분 만큼만 대출
꽉 막힌 전세대출 숨통 텄지만…개인별 DSR 규제 강화 '가닥'

전세대출 한도를 보증금 증액분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면서도 세입자의 실수요를 보호하기 위한 ‘묘수’로 평가받는다. 보증금 증액 범위까지는 대출을 내줘 자금 수요가 확실한 세입자의 피해는 방지하되, 본인 자금이나 대출금으로 기존에 전세를 살고 있었던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대출받아 다른 목적에 쓰는 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 대출금리가 연 2%대까지 떨어지면서 전세대출도 일단 한도껏 받은 뒤 보증금을 내고 남은 여윳돈을 투자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았다.

전세대출 받아 ‘빚투’ 차단
딱 보증금 오른 만큼만…전세대출 '묘수' 나왔다

 

가령 전세보증금이 4억원에서 5억원으로 오른 경우, 지금까지는 기존에 전세대출이 2억원 있었다면 계약 갱신 후 추가로 2억원의 대출을 더 내 총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다른 대출이 없다면 전세대출은 보증금의 80%(최대 5억원 한도·서울보증보험 보증서 담보 기준)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도 보증기관의 보증서 담보로 전세대출을 해 주면 차주가 돈을 못 갚아도 대출액의 90~100%를 보증기관에서 대신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할 유인이 없었다. 하지만 이 방안대로 전세대출 한도가 축소되면 앞으로는 계약 갱신 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이 보증금 상승분인 1억원으로 줄어든다.

원래 전세대출이 없던 사람도 같은 조건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5억원의 80%인 4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된다. 기존 대출 증액이 아니라 새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까지 은행이 한도를 제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단 신규 전세 계약자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보증금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국민은행이 이 조치를 도입했을 때 ‘모범 사례’라고 치켜세우며 다른 은행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명시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은 물론 업계에서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전세대출을 취급하기 위해 적합한 방안이란 평가가 많았다”며 “은행 자율 규제 형식으로 전체 은행권에 확산하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 밖에 잔금일 이후에는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의 자체적인 관리 방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대출 없이 잔금을 이미 치르고 전셋집에 입주한 이후에도 잔금일 또는 주민등록 전입일로부터 3개월까지는 생활안정자금 등의 목적으로 전세대출을 받는 게 가능했다. 은행은 또 상대적으로 대출 심사가 느슨해질 수 있는 비대면 전세대출 취급을 줄이고 가급적 대면 대출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5대 은행과 은행연합회는 조만간 전 은행권 비대면 회의를 열고 이런 전세대출 관리 방안을 지방은행이나 외국계 등 다른 은행과 공유하기로 했다.

개인별 DSR 규제도 적용하나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고삐를 더 조일 채비를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번주 발표할 가계부채 보완 대책에서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조기에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에 나올 가계부채 보완 대책은 상환 능력에 맞게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자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DSR은 개인이 소득 대비 갚아야 할 모든 원리금의 비율이다. 개인별 DSR을 40%로 묶으면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사람은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의 원리금을 모두 합쳐 2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현재는 △규제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한해 적용되고 있지만, 이 적용 대상이 당초 계획보다 더 앞당겨 확대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미 대출이 많이 있거나 소득이 적은 사람은 추가 대출이 사실상 막히는 효과가 있다.

차주 단위 DSR 평가에 전세대출까지 반영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이 경우 고액 전세대출이 있는 세입자가 다른 대출을 못 받게 되고, 투자와 생계비 등의 목적으로 상당한 대출이 있는 경우에도 전세대출을 원하는 만큼 받기 어려워져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탓에 개인별 DSR이 아니라 금융회사별 평균 DSR에 전세대출 원리금을 적용하거나, 전세대출액 가운데 (보증기관의 보증서가 아닌) 은행의 자체 신용으로 취급되는 10%에 한해 DSR 규제를 적용하는 등의 방안도 거론된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기사링크: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101728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