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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훌륭한 CEO 리크루팅에 대하여 ①[PEF썰전]

2021/12/16 조회수 434 추천수 0
[한경 CFO Insight]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
훌륭한 CEO 리크루팅에 대하여 ①[PEF썰전]

 

바이아웃 PE투자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일까요? 여러 다양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바이아웃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은 아마도 '훌륭한 경영진 선임'을 그 중 제일로 꼽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결정이 CEO 선임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훌륭한 CEO 후보감일까요? 과연 어떤 기준으로 CEO 후보들을 평가해야 하고 그들 중 누가 그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요? 정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 바이아웃 투자를 하는 PE운용사의 고민과 딜레마가 있습니다. 훌륭한 CEO 선임이 바이아웃 투자의 성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데 반해 PE 운용사 내에 CEO를 선임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또 그에 대한 훈련과 연습이 조직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커리어에서 CEO를 리크루팅하고 평가하며 밀접히 협업하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아마 오너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겁니다. 따라서 운용사의 파트너와 직원들은 '가장 중요한 결정'을 '가장 부족한 경험'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PE 회사에서 재무 분석이나 계약서 리뷰 등 기술적인 교육은 OJT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에, 경영진 선발과 평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 경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운용사 직원들이 각자의 제한된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기준을 정해 CEO를 평가할 수밖에 없고 이 대목에서 상당한 투자 리스크가 발생하게 됩니다. 

감독을 뽑을 땐 선수 선발 기준을 적용하면 안돼

매우 중요하지만 아주 추상적인 이 질문에 대한 논의를 좀 더 직관적이고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비유를 하자면, 프로스포츠팀의 감독을 들 수 있겠습니다. 스포츠팀의 감독은 PE 포트폴리오 회사의 CEO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역량 측면에서 매우 유사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니슨캐피탈 같은 PE 운용사는 구단주의 뜻을 받들어 구단 경영을 총괄하는 사장의 역할에 가깝겠죠. 스포츠 팬들은 잘 아시겠지만 프로스포츠 구단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바로 훌륭한 감독을 리크루팅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유니슨팀 내부 회의를 할 때 일입니다. 당시 막 인수를 끝낸 회사의 신임 CEO 후보들을 평가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팀 미팅에서 A 후보는 영업 출신으로서 CEO가 되면 영업을 잘 할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고, B 후보는 R&D연구소장 출신이라서 CEO가 되면 신제품 개발을 잘 할 것 같았습니다. C 후보는 마케터 출신으로 마케팅을 잘 할 것 같다는 토론을 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프로축구 구단에서 감독을 선임하면서 이 사람은 공격을 잘 할 것 같고 저 사람은 수비를 잘 할 것 같고, 또 이 사람은 골키퍼 출신이라 골키퍼를 잘 할 것 같은데 그 중 어떤 사람을 우리 팀 감독으로 선임할까를 논하는 것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감독을 선임하는데 선수 선발 기준을 놓고 의사결정을 하려고 했으니까요.

 

예전에 유니슨이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의 경영진을 선임할 때의 일입니다. 한 후보자가 면접 자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취임하면 이루고 싶은 계획들을 A3 용지에 빽빽하게 채워 적은 출력물을 들고 왔었죠. 당시 우리 팀은 그 분에게, 정확히 말하면 그 A3 용지에 열광을 했고 그 분을 CFO로 채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CEO로 선임했습니다. 불행히도 그 결정의 결과는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 분은 A3 용지에 손수 빽빽하게 적은 것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훌륭한 재무팀장이 될 자질은 있는 분이었지만, 정작 CEO로서 전체 회사의 조직을 아우르고 이끌어 나가는데 필요한 자질을 갖추진 못했던 분이었습니다. 명백하고도 확실한 CEO 리크루팅 실패였습니다.

세계 클럽 축구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감독이 누구냐고 물으면,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27년간 이끌면서 무려 38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알랙스 퍼거슨 감독을 꼽을 것입니다. 알렉스 퍼거슨은 선수 시절에 꽤 괜찮은 선수였지만 위대한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반대로 셀 수 없이 많은 위대한 축구 선수들은 오히려 감독으로서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NBA 역사상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역대 최고의 NBA 감독으로 꼽히는 그렉 포포비치 감독도 별 볼일 없는 선수였습니다. 미국 공군에서 군사학을 전공한 포포비치 감독은 공군에서 몇 년간 아마추어 선수로는 뛰었으나 프로 선수의 세계는 입문조차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그가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인 샌안토니오스퍼스를 이끌고 5번의 NBA 챔피언십을 포함해 미국 4대 프로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어떤 구단도 달성하지 못한 '2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공격을 뛰어나게 잘 하지도, 수비를 탁월하게 잘 하지도 못하는 선수였지만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이 되었습니다. 

 

CEO 선임은 선수 선발이 아니라 감독 선임입니다. 당연히 선수로서가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실적과 자질을 평가해야 합니다. 과거에 영업을 잘 했다고, 연구개발을 잘 했다고, 제조를 잘 했다고, 마케팅을 잘 했다고 과연 훌륭한 CEO가 될 수 있을까요? 꼭 그렇지가 않습니다. 엑셀 모델링을 잘하고 파워포인트 장표를 잘 그린다고 그 사람이 PE 운용사의 대표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겠죠.

자, 그럼 어떤 분을 포트폴리오 회사의 CEO로 모셔야 할까요? 어떤 기준과 잣대를 가지고 평가해야 할까요? 그동안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 경험들을 해오면서 제가 터득한 몇 가지 교훈과 생각을 아래에 적어 보았습니다. 

 

①기업가치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전략적인 사고
②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조직 관리 능력
③성공과 실적의 트랙 레코드
④전문성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
⑤높은 자존감과 철저한 자기 관리
⑥개인이 아니라 팀으로서의 완벽함


위에 언급한 내용 이외에도 CEO 리크루팅에는 무수히 많은 고려 사항들이 있습니다. 회사가 속해 있는 업종, 회사가 처해 있는 상황, 조직의 역량, PE사의 투자 논거 등에 따라 적합한 CEO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트폴리오 회사의 매출이나 이익 규모에 따라 제공 가능한 보수와 조건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접근 가능한 CEO 후보들의 풀(pool)도 달라지게 됩니다. 다음번에 기고할 CEO 리크루팅 2편에서는 몇 가지 사례와 더불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기사링크: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12159442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