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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한경 코알라] 비트코인은 CBDC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

2021/07/27 조회수 740 추천수 0
전문가 시각
정석문 코빗 사업개발담당 이사
[한경 코알라] 비트코인은 CBDC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

 

최근 국제결제은행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약 90%가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편 지난 14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국 디지털화폐가 생긴다면 스테이블 코인이나 가상화폐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이것이 CBDC에 찬성하는 강한 논거 중 하나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제도권이 아직도 가상자산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가상화폐(cryptocurrencies)'라는 단어의 사용이다. 2009년 비트코인 등장 이후 2~3년 사이에 비트코인과 유사한 코인들이 등장했다. 이 시기에 등장한 가상자산들은 대부분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포킹(forking)해 만들어졌고 이름도 비트코인과 유사한 ~코인으로 지어졌다(예: 라이트코인, 도지코인). 이들은 '탈중앙화된 돈'이라는 사용처가 목적이었다. 해외 언론에서는 이들을 통합해 'digital currency', 'virtual currency', 'cryptocurrency' 등으로 불렀고 좀더 시간이 흐르면서 'cryptocurrency'라는 표현으로 굳어졌다. 이후 2015년 이더리움이 등장하면서 가상자산의 사용처는 돈에 국한되지 않고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용할 때 필요한 자산으로 확대됐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에서는 다양한 탈중앙화된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구현이 가능하고 이런 서비스를 쓸 때 필요한 자산이 이더(Ether)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2015년 이전에 정착된 '-currency'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하면서 지금도 이더리움을 비롯한 돈이 아닌 다양한 사용처를 목표로 생겨난 가상자산들을 모두 'cryptocurrency'라는 단어로 통합해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그대로 번역한 가상화폐, 암호화폐 등의 단어들이 주로 쓰이고 있다. 이런 단어 사용 때문에 대중들은 모든 가상자산이 비트코인과 같이 돈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게 되며 그래서 CBDC의 등장이 모든 가상자산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한경DB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한경DB

둘째, 돈에 대한 이해 측면이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기반 금융 시스템에서 태어난 현대인들은 화폐란 하향식으로 국가가 대중들을 향해 발행하고 통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통제권을 장악한 것은 1971년 닉슨 쇼크 이후부터여서 결코 역사가 길지 않다. 인류의 화폐 역사를 보면 대중들의 합의에서 시작해 상향식으로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형성된 화폐를 사용한 시기가 대부분이다.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는 한 물건이 화폐가 되는 것을 수집품, 가치저장 수단, 교환매개 수단, 가치측정 단위의 4단계로 구분했다. 물건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가치측정 단위까지 올라서면 돈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4단계 중 가치 상승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때는 네트워크 효과가 최고치인 수집품과 가치저장 수단으로 대중이 받아들일 때다. 비트코인은 현재 가치저장 수단 구간에 있다. 따라서 향후 모든 사람에게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비트코인 보급이 완료되고 추가적인 네트워크 효과가 없어서 더 이상 가치 상승도 없다고 느껴지면 비로소 사람들은 교환매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디지털화가 이뤄지면서 인류의 경제활동이 공간의 제약에서 더욱 자유로워진 만큼 과거 금이 그랬던 것처럼 권력자의 개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화폐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자산이 비트코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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